2019년 03월 20일 16시 13분
신발의 힘
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력에 대해 종종 듣곤 한다. 말 그대로 신발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, 좋은 신발을 사면 레벨업(?)이 가능하다는 전설같은(?) 이야기였다.
참고로 내 드리프터는 운동화 사이즈(265)보다 5미리 작은 260이다. 양말을 신으면 약 0.5mm 정도 공간이 남는 것 빼고는 매우 훌륭한 암벽화다. 내가 암벽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었는데 슬랩벽 빨간색 난이도를 풀던중 500원짜리 동전만 한 홀드를 만났을 때였다. 그 홀드를 밟으면 정확하게 발이 신발 안에서 0.5mm만큼 움직였는데 문제는 이 0.5mm 때문에 다음 발을 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.(물론 여기에는 나의 실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)
매드락 드리프터
그리고 스콰마를 구매했다. 스콰마는 야심 차게 3치수 작은 253을 구매했다. 당연 첫 주는 발이 깨질 거 같았지만 곧 익숙해졌고 나는 그 말로만 들었던 신력을 경험하게 된다. 드리프터로 못 밟는 홀드를 밟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전보다 쉽게 밟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. 스콰마는 드리프터보다 힐이나 토 훅도 더 잘 걸리고 작은 홀드도 잘 밟힌다. 하지만 여기에는 더 작은 사이즈를 샀기에 가능한 부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.
라스포르티바 스콰마
여기에도 템빨이???
내 생각에 신력이란 자신에게 정말로 딱 맞는 암벽화를 신었을 때 생기는 미미한 플러스 효과 같은 것이다.
예를 들어 100중에 지금 실력이 98이어서 못 푸는 문제를 +2짜리 더 잘 맞는 암벽화를 신어서 풀어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.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이 존재한다.
첫 번째로 애초에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98이라는 실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. 파란 난이도를 풀던 사람이 최고급 암벽화를 신는다고 해서 보라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.
두 번째로 신력이 줄 수 있는 +요인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. +10짜리 암벽화는 존재하지 않는다.
결론적으로 처음 신던 암벽화가 아주 잘못된 사이즈를 구매한게 아니라면, 사실 신력의 효과는 실로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.
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아무도 고민하지 않았다
또 그렇지 않다. 클라이밍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작은 차이점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한다.
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는가? 한 손 더 나아갈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.
여기에 실력은 너무도 당연한 기본 조건이고, 가능하면 암벽화가 정말 자신에게 잘 맞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한 가지이다. 신력을 위해 무조건 새 암벽화를 살 필요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암벽화를 대충 살 이유도 없다. 기왕 살 때는 자신에 발에 아주 잘 맞는 암벽화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.
대체 뭐가 잘 맞는다는 거죠?
사실 고수들은 이미 자신이 어떤 암벽화를 신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아직 신력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문자를 위해서 몇가지 가이드를 주겠다.
자신의 발에 완전 딱 맞는 암벽화 찾도록 하자. 암벽화를 신고 홀드를 밟았을 때 발이 움직이거나 안에 공간이 생기면 안 된다. 암벽화를 신고 5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선에서 발에 완전하게 딱 맞는 암벽화를 고르도록 하자.
사람마다 발 볼의 사이즈와 발가락의 길이가 모두 다르다. 이 문제는 여러 암벽화를 골고루 신어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.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말고 매장에 방문하여 자신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암벽화를 찾도록 하자!
사람의 양발의 사이즈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. 발에 딱 맞는 암벽화의 경우 서로 다른 사이즈가 맞을 정도로 발 사이즈가 차이가 나기도 한다. 그렇기 때문에 한쪽 발만 신어보지 말고 반드시 양쪽 발을 모두 신어 본 뒤에 사이즈를 결정하도록 한다.
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신력이 발휘되려면 기본적인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. 또한 암벽화는 종류마다 많은 특징이 존재한다. 훅에 최적화되어 있다던가 앞 고무 부분이 얇다던가 전체적 모양이 얼마나 휘어 있는가 등 많은 특징이 존재하다. 이런 특성은 본인이 충분히 클라이밍을 해보고 경험적으로 얻어진 지식을 기반으로 고르는 것이 효과적이다.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암벽화는 다음에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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